트레일러닝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.
누군가보다 빠르기 위해서가 아니라, 산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고
호흡하면서 나 또한 자연이고 싶기 위해서입니다.
이번 Korea Snow Trail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.
레이스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, 저에게 이 하루는
겨울 산을 뛰다 걷다, 그리고 끝까지 함께 완주한 시간이었습니다.
태백의 겨울 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Korea Snow Trail은
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레이스라기보다
겨울 트레일러너를 위한 하나의 여정에 더 가까웠습니다.
uphill 구간에서 선택한 나만의 페이스
uphill에서 서두르지 않지만 쳐지지는 않기로 했다
출발 후 일정 구간 임도길을 지나면서 바로 눈길 오르막으로 이어졌습니다.
많은 러너분들이 아이젠을 착용하려고 분주했지만, 저는 이 처음 오르막 구간에서는 평소와 같이 속도를 늦추지 않고 게속해서 기존 흐름으로 앞으로 지나갔습니다.
- 시선은 낮게, 보폭은 짧게
- 속도는 늦추지 않되
-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는 선을 유지
겨울 산에서는 욕심이 곧 위험이고 방심이 곧 사고가 됩니다.
UpHill에서 에너지를 아끼는 대신,
꾸준히, 멈추지 않고 올라가는 것이 제 선택이었습니다.
능선과 downhill, 호흡에 맞춰 자연스럽게
산 능선을 지나가면서 풍경이 열리기 시작했고,
호흡에 맞춰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가볍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.
자작나무 숲 길에서 빼곡한 나무사이를 스치듯 지나가며 뛰어가는 상황이, 지금도 그 때의 상쾌함을 생생하게 몸이 기억하고 있습니다.
갑자기 가파러지는 Downhill, 설마하니 방심하다가 순식간에 얼음 빙판길에 바로 콰당~하고 깔끔하게 넘어졌습니다. 소리조차 지를 여유없이 정말 순식간 이었습니다. 지체없이 바로 아이젠을 착용하고 조심스레 한 발작씩 내딛으니 마음이 한결 편했습니다.
- 아이젠, 의무 장비가 아니라 ‘생존 장비’
- 특히 Downhill 빙판 구간은 아이젠 없이는 진행 불가 수준
- 아이젠 착용으로 미끄러짐에 대한 불안 ↓ 발 디딤의 확신 ↑
- 양 팔을 살짝 들어 평형 밸런스 유지
당시 빙판 downhill에서는 속도를 내기보다,
내려오는 흐름에 몸을 맡긴다는 느낌이 더 가까웠습니다.
CP의 온기, 트레일 레이스의 숨은 MVP
중반 7km 부근 CP 핫텐트는 단순한 보급소가 아니었습니다.
- 손끝 감각 회복
- 심박 안정
- 심리적 리셋
뜨거운 차 한 컵, 난로에 데워진 호빵, 초코파이, 남은 코스를 달릴 의지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.
마지막 4~5km, 방심은 늘 평지에서 온다
코스 지도를 보고 앞으로 전개될 임도 구간에 들어서면서 아이젠을 벗기로 판단하였습니다.
“이제 거의 다 왔구나”라는 안도감이 들던 순간—
빙판에서 또 한 번 크게 미끄러질 뻔했습니다.
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지만,
그 순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.
언제나 트레일에서는 방심은 금물, 마지막까지 안전을 위해 조심해야 한다는 것.
안전하게 완주했다는 사실에 감사
기록기록보다 먼저 든 감정은 안도와 감사였습니다.
큰 부상 없이
넘어지지 않고
태백 코스를 끝까지 밟아가며
나를 믿고 내 의지에 맞춰 목표점으로 돌아왔다는 사실
이 코스를 완주했다는 사실보다,
그 과정을 스스로 존중하며 지나왔다는 점이 더 오래 남습니다.
함께 달린 러너분들, 그리고 같은 호흡
코스 위에서는
앞서거니 뒤서거니, 말없이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는 러너분들이 있었습니다.
굳이 말을 나누지 않아도,
같은 환경을 견디고 있다는 것만으로도
묘한 동질감과 연대감이 생깁니다.
그 호흡 안에 함께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
이번 완주는 충분히 값졌습니다.
레이스가 끝난 뒤의 꿀같은 보상
피니시 이후, 주최 측에서 준비한 안마 케어 체험은
그날 가장 따뜻한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. 피로한 근육을 달래주는 안마 케어, 정말이지 너무 고마웠습니다.
그리고 보너스로 제공되는 호텔 사우나에서 몸을 녹이던 시간—
- 다리에 남은 피로
- 얼어 있던 관절
- 마음까지 풀리는 느낌
“아, 오늘 하루 잘 보냈다”
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.
나에게 Korea Snow Trail은
이 대회는
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레이스가 아니라,
- 자연을 존중하며
- 내 페이스를 지키고
- 끝까지 안전하게 돌아오는 여정
이었습니다.
Korea Snow Trail,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
기록 경쟁보다 ‘완주 과정’을 소중히 여기는 러너에게 특히 어울리는 대회입니다.
- 겨울 산에서 자연과 호흡하는 겨울 트레일러닝에 입문하고 싶은 분
- 기록보다 환경 대응력을 키우고 싶은 러너
- 마라톤과 다른 자연 중심 레이스를 경험하고 싶은 분
❌ 단,
겨울 산을 가볍게 보는 분, 아이젠 없이 버텨보겠다는 분
→ 이 레이스는 쉽지 않습니다.
마무리: 이 레이스는 ‘달리는 여행’입니다
2026 Korea Snow Trail은 단순한 대회가 아니라,
태백의 겨울을 몸으로 통과하는 여정이었습니다.
참가를 고민 중이라면,
기록보다 경험을 기준으로 선택해 보시길 권합니다.
눈 위를 달린 기억은, 생각보다 오래 남습니다.
대회 일정과 참가비, 코스 정보가 궁금하다면
2026 Korea Snow Trail 참가 가이드 글도 함께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.



